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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잔혹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 더 피아니스트(The Pianist)

by 백몽s 2022. 9. 28.

피아니스트를 통해 본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

더 피아니스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인 피아니스트의 생존 스토리를 그린 영화입니다. 전쟁과 독일군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 부리 치는 삶을 살아야 했던 유대인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그 당시 유대인들은 유대인임을 구별하는 마크를 팔에 달고 다녀야 했으며, 길거리에서 갑자기 독일군에게 총살당하지 않을까 불안에 떨며 지내야 했습니다. 독일군들의 잔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한 유대인 가정에 쳐들어가 "일어서"라고 명령한 후,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가 일어서지 않자 3층 높이에서 그대로 던져 버리기도 했습니다. 무분별하게 유대인들을 사냥하듯 사살하기도 합니다. 게토에서는 많은 유대인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유대인들이 기차에 실려 수용소로 끌려가던 때, 주인공인 피아니스트는 다행히 친구의 도움으로 기차에 오르는 것을 피합니다. 하지만, 가족과는 떨어져 홀로 생존해야 했습니다.

 

애드리언 브로디가 연기한 실존인물 슈필만

주인공 슈필만의 역할을 소화한 애드리언 브로디의 연기는 소름끼치도록 훌륭했습니다. 뛰어난 연기 덕분에 전쟁과 독일군의 잔혹함을 더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애드리언 브로디가 연기한 주인공 브와디스와프 슈필만(1911.12.05~2000.07.06)은 유대계 폴란드인으로서 실존했던 인물입니다. 1945년 종전 후 폴란드에서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는데, 전쟁 당시의 기억을 살려 <도시의 죽음>이라는 책을 집필했습니다. 이 책이 검열당했다가 추후 피아니스트라는 제목으로 재발매되었고, 이 내용을 바탕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인간성을 잃지 않았던 독일군 장교, 빌헬름 호젠펠트 대위

빌헴름 호젠펠트 대위는 영화에서 주인공을 도와주고 인간으로서 대해 준 유일한 독일군입니다. 이 분 또한 실존 인물입니다. 1895년 독일 헤센 출신으로 원래는 교사이었으나 전쟁 통에 독일 육군으로 징집되어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지적인 성품을 지녔었다는 호젠펠트 대위는 독일군이 폴란드에서 저지른 잔혹범죄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고 진심으로 슬퍼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폴란드인과 유대인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주인공 슈필만과 호젠펠트 대위는 주인공이 숨어 지내던 폐건물에서 처음 만나게 됩니다. 스필만이 유대인 도주자라는 것을 눈치챈 호젠펠트는 몇 가지 질문을 하다 피아니스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에게 피아노 연주를 시키게 됩니다. 생의 마지막 연주가 될지도 몰랐을 그의 연주곡은 쇼팽의 발라드 1번 G 마이너입니다. 폐허 속에서 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입니다. 호젠펠트는 그의 연주에 감동을 받았는지 독일군이 퇴각하기 전까지 스필만을 도와줍니다. 전쟁이 끝난 후 폴란드에서 피아니스트로 다시 활동하게 된 슈필만은 동료 음악가로부터 호젠펠트가 수용소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슈필만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호젠펠트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수용소를 찾아갔지만 이미 간이 수용소는 철거된 이후였습니다. 슈필만과 호젠펠트는 끝까지 만나지 못했습니다. 결국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한 호젠펠트와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는 슈필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전쟁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 영화

개인적으로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전쟁의 광기와 참혹함을 즐기고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총알이 빗발치고 폭탄이 터지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스릴이 좋을 뿐입니다. 나에게는 단지 영화일 뿐이고 전쟁의 잔혹함은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총알이 빗발치거나 폭탄이 터지는 장면의 스릴은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다른 어떤 전쟁 영화보다 더 잔혹한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쟁 중에 볼 수 있는 집단의 광기와 생존에 대한 욕구, 분노, 슬픔 등 전쟁의 잔혹한 단면을 느낄 수 있는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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